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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호시노 군, 신이라는 건 인간의 의식 속에서만 존재하는 거라네. 특히 이 일본에서는 좋건 나쁘건 간에 신은 어디까지나 융통무애한 것이네. 그 증거로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신이었던 천황이, 점령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으로부터, '이제 신 노릇은 그만두시오'라는 지시를 받자, '네, 이제 나는 보통 인간입니다'라고 하며, 1946년 이후부터는 신이 아니게 되었네. 일본의 신이라는 것은 그 정도로 조정이 가능한 것일세. 싸구려 파이프를 물고 선글라스를 낀 미국 군인의 몇 마디 지시에 존재 방식이 달라져버리거든. 그만큼 초포스터모던한 존재지.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걸세.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네."
"푸르니에의 유려하고 기품 있는 첼로 연주에 귀를 기울이면서, 청년은 어렸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매일 근처의 강에 가서 물고기나 미꾸라지를 잡던 시절의 일을. 그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됐는데,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냥 살아가면 되었다. 살아 있는 날까지, 나는 어떤 존재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자연히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렇지 않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점점 나는 아무 존재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그것 참 이상한 얘기로군. 인간이란 살기 위해 태어나는 것 아닌가? 그렇잖아? 그런데도 살아가면 갈수록 나는 알맹이를 잃어간다, 그저 텅 빈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게다가 앞으로 살아가면 갈수록 나는 더욱어 텅 비고 무가치한 인간이 되어갈지도 모른다. 그건 잘못된 것이다. 그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그런 사고의 흐름을 어디에선가 바꿔놓을 수는 없을까?"
"버턴판 <아라비안나이트>에는 내가 옛날에 도서관에서 읽은 아동판과 같은 이야기도 들어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길고 에피소드도 많으며 세부적으로 복잡하게 뒤얽혀 있어서 도저히 같은 이야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훨씬 더 매혹적이다. 외설스럽고 난폭하고 관능적인 이야기, 이해를 초월한 이야기도 잔뜩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마치 마법의 램프에 들어간 거인처럼) 상식의 틀 안에 들어앉지 않는 자유로운 생명력이 충만해 있어, 그것이 내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역 구내를 돌아다니는 무수한 얼굴 없는 사람들보다, 천 년도 전에 쓰인 황당무계한 이야기 쪽이 훨씬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무척 이상하게 생각된다."
"그렇다면 한 가지 묻겠는데, 음악에는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말하자면 어떤 때, 어떤 음악을 듣고, 그 때문에 자기 내부에 있는 무엇인가가 크게 확 변해 버리는, 그런 일 말입니다."
오시마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이죠" 하고 대답했다. "그런 일은 있습니다. 무언가를 경험하고, 그것에 의해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가 일어납니다. 화학작용 같은 것이지요. 그리고 그 후에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거기에 있는 모든 눈금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간 것을 알게 됩니다. 자기의 세계가 한 단계 더 넓어졌다는 것을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드물기는 합니다만, 가끔은 있습니다. 연애와 마찬가지입니다."
호시노 청년은 그런 거창한 연애를 한 경험은 없었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틀림없이 중요한 것이겠죠?" 하고 호시노 청년이 말했다. "이를테면 우리 인생에서 말입니다."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고 오시마 씨는 대답했다. "그런 일이 전혀 없다면, 우리 인생은 아마도 무미건조한 것이 되겠지요. 베를리오즈는 말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햄릿>을 읽지 않은 채 인생을 마친다면, 당신은 탄광의 깊숙한 막장 속에서 일생을 보낸 것과 같다'라고 말입니다."
"탄광 속에서...?"
"하긴 19세기적인 극단론입니다만."
오시마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론이죠" 하고 대답했다. "그런 일은 있습니다. 무언가를 경험하고, 그것에 의해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가 일어납니다. 화학작용 같은 것이지요. 그리고 그 후에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점검하고, 거기에 있는 모든 눈금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간 것을 알게 됩니다. 자기의 세계가 한 단계 더 넓어졌다는 것을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드물기는 합니다만, 가끔은 있습니다. 연애와 마찬가지입니다."
호시노 청년은 그런 거창한 연애를 한 경험은 없었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틀림없이 중요한 것이겠죠?" 하고 호시노 청년이 말했다. "이를테면 우리 인생에서 말입니다."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고 오시마 씨는 대답했다. "그런 일이 전혀 없다면, 우리 인생은 아마도 무미건조한 것이 되겠지요. 베를리오즈는 말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햄릿>을 읽지 않은 채 인생을 마친다면, 당신은 탄광의 깊숙한 막장 속에서 일생을 보낸 것과 같다'라고 말입니다."
"탄광 속에서...?"
"하긴 19세기적인 극단론입니다만."
"일찍부터 걸핏하면 싸우려 드는 성격이었다. ... 한 번 성질이 나면 도무지 자제할 수 없고, 눈에 광기가 어리기 때문에 실제로 싸움을 하게 되면 상대는 대게 주눅이 들었다. 자위대에 있을 때도, 운전사가 되고 나서도 수없이 싸움을 했다. 물론 이긴 적도 있고 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싸움에 이기든 지든, 무엇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깨닫게 된 것은 최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