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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아침에 글을 쓰면, 왜 그런지 비 오는 아침과 같은 느낌의 글이 되어버린다. 나중에 아무리 손을 봐도 그 글에서 아침 비의 내음을 지우기는 어렵다. 양들이 모조리 사라진 쓸쓸한 방목지에 소리 없이 내리는 비의 내음. 산을 넘어가는 낡은 트럭을 적시는 비의 내음. 내 글은 그런 비 오는 날 아침의 내음으로 가득 차 있다. 반은 숙명적으로."
"피아체 카브르에 접해 있는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며 주위 풍경을 바라보다가 나는 문득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여기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100년 후에는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내 앞을 걸어서 지나가는 젊은 여인도 버스를 타려고 서 있는 초등학생도 영화관의 간판을 보고 있는 젊은이도 그리고 나도. 모두 100년 후에는 그냥 먼지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10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빛이 이 마을을 비추고 지금과 같이 바람이 이 길을 지나가겠지만 여기에 있는 어느 누구도 이미 이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그것으로 상관없다. 만약 100년 후에 내 소설이 죽은 지렁이처럼 말라비틀어져 사라진다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별문제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영원한 삶도 아니고 불멸의 걸작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지금 현재의 일이다. 이 소설을 다 쓸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 있게만 해달라는 것뿐이다."
"라브라키스 씨는 육상 선수생활에서 은퇴한 후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다. 평화주의자로서 당시의 군사 정권에 저항하며 1963년에는 평화를 위한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달리는 도중에 체포되어 폭행을 당하고 그 다음 달에 테사로니키에서 살해당했다. 대회의 팸플릿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평화를 위한 삶은 아름답다. 평화를 위한 죽음은 고귀하다.' … 평화와 마라톤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으면 분명하게 대답하기는 곤란하지만 내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사람은 장거리를 뛰다 보면 매우 평화로운 기분이 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이상을 뛰고 나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 귀찮아지고, 에라 모르겠다 아무튼 끝까지 달려나 보자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평화란 그런 원칙 위에 성립하는 것 같다."
'평화를 위한 삶은 아름답다. 평화를 위한 죽음은 고귀하다.' … 평화와 마라톤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으면 분명하게 대답하기는 곤란하지만 내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사람은 장거리를 뛰다 보면 매우 평화로운 기분이 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이상을 뛰고 나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 귀찮아지고, 에라 모르겠다 아무튼 끝까지 달려나 보자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평화란 그런 원칙 위에 성립하는 것 같다."
"매우 이상한 일이지만 소설이 10만 부 팔리고 있을 때는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호감을 받으며 지지를 얻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상실의 시대>가 백 몇 십만 부나 팔리고 나자, 나는 굉장히 고독했다. 그리고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왜 그랬을까? 표면적으로는 모든 일이 잘되어 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때가 내게는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몇 가지 안 좋은 일, 재미없는 일도 있고해서 마음이 상당히 냉랭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결국 나는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성격도 못 될뿐더러 그런 그릇도 되지 못했다."